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두렵다. 저 안에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나온다니. 헬렌은 뒤에서 다른 학생들이 리디큘러스를 외치는 모습을 구경했다. 어쩌면 헬렌은 이대로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헬렌은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앞에 나타난다면, 그것을 상대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 그것을 상대로……. 헬렌의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헬렌은 고민했다. 자신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 안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강도? 살인마? ……뭐가 나오던 그것은 헬렌이 두려워 하는 것일 것이다. 헬렌은 무서운 상상은 그만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기로 했다. 리디큘러스를 사용할 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상상해야 보가트를 그 상상대로 바꿀 수 있는 거니까.
무엇으로 바꾸는 것이 좋으려나. 헬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보았다. 친절한 사람, 장미, 아스트라이아, 귀여운 소동물 등……. 헬렌은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도 귀여운 소동물로 바꾸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귀여운 소동물. 그 중에서도 토끼가 좋을 것 같았다. 귀엽고 작고 사랑스러우니 토끼라면 헬렌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어느새 헬렌의 차례가 왔다. 헬렌은 심호흡을 했다. 이어서 비장한 얼굴로 보가트를 바라보았다.
보가트의 모습은 헬렌이 상상한 것들을 모두 빗나갔다. 저건 정말 헬렌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맞나? 저건 아무리 봐도 헬렌과 똑닮은 모습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조금 달랐다. 헬렌보다 조금 더 키가 크고 성숙해 보였다. 헬렌은 깨달았다. 자신이 정말 두려워하던 것은 강도도 살인마도 아니었다. 바로 더 이상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不信' 의 모습인 헬렌이었다.
보가트의 모습은 헬렌과 비슷했지만 아스트라이아와도 비슷했다.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쥐고 있었다. 헬렌이 알고있는 아스트라이아의 물건들이었다. 아스트라이아, 마지막까지 지상에 남아 인간들에게 정의를 가르치려 했지만 너무나도 추악한 인간의 모습에 포기하고 하늘로 올라간 신.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알게되자 헬렌은 생각을 바꾸었다. 보가트를 토끼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꿀 것이다. 헬렌은 다시 심호흡을 했다. 보가트를 똑바로 바라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리디큘러스."
헬렌의 모습을 한 보가트는 헬렌의 주문에 모습이 바뀌었다. 모습이 그렇게까지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헬렌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 뿐이었다. 헬렌의 앞에는 헬렌과 같은 머리색의 긴 장발을 가진 여성이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헬렌은 작은 소리로 웃었다. 두려움을 완전히 이겨버린 친절하고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교수님을 보는 헬렌의 얼굴이 어느때처럼 밝고 부드러운 미소를 품고 있었다.
"저, 잘한 거 맞죠?"
헬렌은 다시 보가트를 바라보았다. 헬렌의 눈에는 사람들을 믿고, 사람들 또한 믿어주는 '信賴' 의 모습인 헬렌이, 헬렌이 상상하는 가장 행복한 헬렌의 모습이 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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